정신질환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혼란상태(chaos)에 빠져 휘청거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계속되는 삶의 위기들 때문에

정신이 없는 부류다. 두 번째 부류는 바퀴자국 같은 과거의 상처에 꽁꽁 묶인 채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쩔쩔매는 사람들이다. 물론 양쪽 모두에 속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독특한 유전자의 조합을 가지고 태어났고, 각기 다른 성장기를 겪었다.

그런 까닭에 좀 더 용감해지고 개방적인 성격이 되어야 할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자기억제라는 것을(늦었지만 이제라도) 새로 배워야 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타인을

신뢰하는 법을 좀 더 연습해야 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나 무턱대고 믿어버리는 탓에 분별력을

좀 더 키워야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불행의 원천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유용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해로울 수도 있다.

우리의 뇌가 어떤 과정을 거쳐 발달했는지,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 작동되는 원리는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생각의 방식과 감정변화의 패턴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삶의 방식까지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뇌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해보는 훈련 덕분에, 나뿐만 아니라 내 환자들은 스스로의 삶을 더 능숙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을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戰車)'에 비유했다. 전차의 기수가 이성(Reason)이라면

두 마리의 말은 각각 기개(spirit)와 욕망(Appetite)이라고 했다. 정신(mind)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와 비슷한 비유를 해왔다. 나 또한 그런 식의 접근법을 활용해, 현대의 신경과학이 밝혀낸 것들과

그 밖의 여러 심리치료적 접근법을 접목시켜보았다.

 

 


그렇다면 먼저 가장 안쪽에 있는 '뇌간'부터 살펴보자. 종종 '파충류의 뇌'로도 불리는 곳이다.

뇌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작동하며 반사작요와 심장근 같은 불수의근(不隨意筋)의 움직임을 맡고 있다.

또한 생명중추의 기능을 담당해 위험한 순간에 우리의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손가락으로 우리의 눈을 찌르려고 하는 순간에도, 뇌간은 우리가 눈을 감게 만든다.

한마디로 뇌간은 소도쿠 같은 것을 풀 때는 도움을 주지 않지만,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단계에서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뇌간의 바깥인 중뇌에는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가 있다. '감정의 뇌'라고도 불리며,

인간의 감정과 인식, 기분 등을 담당한다. 인간을 비롯하여 모드 포유류들은 흥분하면 으르렁거리고,

공포를 느낄 때는 움츠리며, 애정을 표현하려고 꼬리를 흔들기도 하는데, 이 모든 감정적인 행동들이

바로 중뇌의 발달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진화한 것이 전뇌다. 전뇌는 '인간의 뇌'라고 불리며 이성을 담당한다. 학습, 기억력,

지력을 담당하고, 추론, 의사결정, 언어이해, 자발적 움직임 등의 지적 사고를 조절한다.

한편 우리의 대뇌는 자뇌와 우뇌로 나뉘어져 있고, 가운데에 위치한 뇌량이 다리 역할을 하며

자뇌와 우뇌를 이어준다.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좌뇌는 논리적이고, 순차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

말하기, 쓰기, 독서, 듣기(청각)를 관장하며, 언어, 논리, 추론 같은 조직적인 활동을 담당한다.

반면 우뇌는 불규칙적이고, 바조직적이며, 직관적이고 전체론적이다. 감정과 촉각으로 인식하고,

공간감각, 형태의 인식, 음악, 예술, 색감, 창의력, 시각화와 같은 비언어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우뇌와 좌뇌는 평생에 걸쳐 계속 발전하지만, 태어나서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대부분의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각각의 뇌세포들은 혼자서는 아무일도 할 수 없다.

뇌세포들이 제기능을 수행하려면 다른 뇌세포들과 서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뇌는

일련의 발달과정을 통해 각 뇌세포들을 연결하는 신경경로(neural pathway)를 경로한다.

그런데 이런 뇌세포의 연결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우리의

뇌 발달은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유년기에 형성되는 인간관계와 더 깊은 관련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타고난 본성보다는 후천적 양육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이 사람과 저 사람이 다른 이유는, 대체로 아주 어린 시절에 겪은 일상적인 경험들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상 우리의 경험이 뇌의 문제를 결정짓는 셈이다.

 

생후 2년 동안 우뇌는 아주 활발하게 움직이는 반면, 좌뇌는 잠잠한 상태에서 그다지 활동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뒤로 몇년 사이에 발달의 양상이 뒤바뀌어, 우뇌의 발달은 둔해지고

좌뇌는 괄목할 만한 활동의 시기에 돌입한다. 우뇌에 깔리게 되는 신경경로는 유아기에 만들어지는데,

그 토대는 타인들과의 유대나 형성이나 결합의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타인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스스로에 대해 전반적으로 얼마나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기분이 상한 후에 얼마나 빠르게(혹은 더디게) 감정을 스스로 추스를 수 있는지에 좌우된다는 말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뇌는 주로 감정과 직관, 비언어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타인과의 공감, 조화, 관계에 관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뇌는 좌뇌보다 먼저 발달할 뿐만 아니라

이 시기 내내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그래서 힐끗 쳐다보거나 냄새를 한 번 맡는 것만으로도

우뇌는 어떠한 상황이든 판단하고 파악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장님이 된

글로스터 백작이 주위를 둘러보며 "나는 느낌으로 본다."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반면 좌뇌는 주로 언어, 논리, 추론을 담당한다. 우리는 경험을 언어로 처리하기 위해, 혹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우리 자신과 타인에게 분명히 표현하기 위해, 또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좌뇌를 활용한다.

논리와 증거를 증시하는 과학은 자뇌 덕분에 발전해왔고, 분류학, 철학, 언어학 같은 분류 및

정리 부문의 학문들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태어나서 첫 2년 동안에는 좌뇌의 발달이

우뇌에 비해 현저히 더디다. 언어와 논리력을 갖춘 자뇌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에 먼저 우뇌가

활발히 발달됨으로써 성격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우뇌가 여전히 우위를 갖는

경향에 대한 이유일 수도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간혹 분별 있는 행동을 해야만 하는 이성적인 이유가 분명히 있는 데도, 나도 모르게 엉뚱하게 튀어나와

곤란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뇌의 분별 있는 부분(좌뇌)이 언어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도,

종종 다른 부분(우뇌)이 그 언어기능을 조종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내가 방금 무슨 헛소리를 한 거지? 하는 경우). 이것이 바로 우뇌의 우위가 드러난 경우다.

 

- 인생학교 <정신>, 필립파 페리 -

 

 

 


 

Posted by 제리 bluej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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