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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3 함께 손을 잡는 남녀는 행복하다

손은 감정이 오가는 송신기요, 수신기다.

눈을 통한 감정의 교류는 동물도 할 수 있지만,

서로 꼭 잡은 손은 동물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교류방식이다.

손을 잡는 것은 오로지 인간만이 가능한 통신 수단이다. 부부나 연인끼리 손을 맞잡고 걷는 것은 필수다.

팔짱을 끼는 것은 이별과 분리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며, 의존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로 손을 맞잡은 것은 애정의 확인이며, 혼자가 아님을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신분석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감정 가운데 하나가 '이별 불안'이다.

이 불안은 엄마에게서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걸음마를 배울 때

넘어지면 엄마가 곧바로 달려와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준다.

엄마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안심하게 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모든 사물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초석이 된다.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나중에 커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손을 잡고 걸어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어라.

중요한 것은 둘이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어간다는 것이다. 마냥 마주보고 걷기만 하면 앞을 보기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남녀가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는 장면이 아니라,

서로 손을 꼭 잡고 정겹게 걸어가는 모습이다. 손을 마주잡고 오래도록 걸을 수 있는 남녀는 행복하다.

물론 애들을 낳으면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들어 둘 사이를 떼어놓으려 들지만

애들이 다 크고 나서도 여전히 부부가 서로 손잡고 걸을 수 있다면,

그리고 백발이 되어서도 계속 그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을까.

그럴 수 있는 손이라면 서로 가려운 등을 긁어줄 수도 있고, 서로 손톱을 깎아줄 수도 있으며,

서로 때를 밀어줄 수도 있는 법이다. 더 나아가 서로 힘겨울 때 등을 토닥여주고 포용해주며 땀을 닦아줄 수도 있다.

그러니 손으로 절대로 폭력을 써서는 안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접시를 집어던지고 상대의 목을 조르거나 따귀를 올려서는 안 된다.

이런 습관이 한 번 붙으면 정말 고치기 어렵다. 발을 쓰는 것은 더 나쁘다.

밥상을 뒤엎는 일처럼 인간이 추해보이는 장면도 없을 것이다.

부부 간에 언쟁은 피할 도리가 없는 일이지만, 설사 그렇다 쳐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욕은 할 짓이 아니다.

 

분이 풀리지 않으면 차라리 집밖으로 나가 한 바퀴 바람을 쏘이고 오는 것이 낫다.

공원 벤치에라도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상대의 손을 잡고 "내가 잘못헀어, 미안해"라고 말하면 둘 사이의 문제는 눈 녹듯 사라진다.

우리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살다보면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정신분석이 추구하는 최종 목적도 완벽한 인간, 완벽한 삶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서서히 자기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고 추스르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미로의 과정을 통해 마지막 도달하는 깨달음은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다.

 

신기한 마술쇼에 푹 빠진 애들은 마술사의 손을 의심하지 않는다.

부모의 사랑에 푹 빠진 애들 역시 부모의 손을 의심하지 않는다.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혼이 날 때조차도

부모의 손에 들린 회초리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래도 부모님이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해줄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부부도 마찬가지다.

힘겨울 때일수록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이끌며 보듬어주는 부부는 진정한 사랑의 마술사들이다.

어쩌다 실수해도 서로를 믿고 그냥 넘어가주는 아량을 보인다.

인간은 진공관 속에 채워진 증류수가 아니다. 온갖 오염된 세상 속을 헤치며 살아가는 생리적 식염수다.

그토록 험한 세파를 헤치고 나가려면 혼자 힘으로는 너무 벅차다.

그래서 서로를 잡아주는 손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고 세수하고 밥을 먹고 옷에 단추를 끼우고 구두끈을 맨 후 대문을 나서며 손을 흔든다.

아침마다 헤어지지만 저녁에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과 안도감으로 그렇게 부담없이 헤어진다.

그런 애틋한 손길이 과연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마지막 숨이 넘어갈 때 곁에서 손을 잡아주며 두번 다시 잡을 수 없는 그 손을 영원히 놓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할까? 그러니 우리의 손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그러니 따스한 마음이 담긴 부드러운 손길에 인색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언젠가는 잡고 싶어도 쓰다듬고 싶어도 더이상 그럴 수 없는 시간이 온다고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그러니 주저하고 망설일 필요가 없다.

매일같이 손을 잡고 실컷 걸어라.

그렇게 손잡고 하염없이 걷다보면 모든 허물도 허세도 만용도, 그리고 온갖 이기심과 자존심도

그야말로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지는 법이다.

 

-프로이트를 알면 사랑이보인다-

 

 

 

 

Posted by bluej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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