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새들을 날려 보냈던 기억의 가지들을 위하여
어느 계절까지 힘겹게 손을 들고 있는가.
-기형도 <조치원>-
사랑하는 자는 하나의 장소를 만나고, 다른 계절로 떠나야 한다.
사람의 계절은 보다 더 짧거나 더 강렬하거나 더 느릴 수도 있다.
우리가 같은 문장에 머무를 수 없는 것처럼, 생을 통해 하나의 계절을 지킬 수는 없다.
계절이란 기억과 시간에 대한 단념의 이름이다.
봄은 단념하기 좋은 계절이다.
아름답고 불가능한 계절들.
계절들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리듬일 뿐이다.
그 몇 개의 계절들은 돌이킬 수도 돌이킬 필요도 없었다.
지난 계절의 지독했던 기침을 어느 날 문득 삼켜버린 것처럼, 그렇게 그 세월을 삼켜버리면 되었다.
익숙한 거리의 상점과 밥집들이 잊히는 것처럼, 그렇게 망각의 힘을 믿게 될 것이다.
계절에는 미래가 없다.
한번 가지에서 날아간 새들이 어디로 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저녁의 새들이 갑자기 침묵하는 순간처럼,
그 계절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서로 엇갈리는 긴 시간보다 분명한 것은 그 기억조차 흐려지는 날이 온다는 것.
언어만이 그 계절들을 봉인한다.
어떤 사랑의 이야기는 망각의 힘으로, 망각하려는 힘으로, 다시 쓰인다.
기억보다 더 오래된 세월을 향해.
-이광호 <사랑의 미래>-
어느 한 구절의 우연한 발견으로 주문했던 책.
그렇게 봄과 함께 찾아온 메마른 감성을 촉촉히 젹셔주는 글을 만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봄은 단념하기 좋은 계절이다. 기억보다 더 오래된 세월을 향하기위한...
한강을 가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음악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이제 책을 들고 종종 야외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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